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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shica Electro35 GSN] 우리는, 우리가 되어가고 있었다.Chick Hobby/Film Series 2025. 8. 29. 11:05
아내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난 후
함백산으로 겨울 산행을 간적이 있었다.
아내가 등산에 매력을 느끼고 빠져들 때 쯔음이다.
(빠져들었지 자주갔다고는 안했다.)
애초에 등산이란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내가 좋아하니 같이 가기로 했다.이날 들고갔던 야시카 일렉트로35는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꽝꽝얼어서 작동하지 않았다.
고철덩어리 같으니라고, 이런날...?
사실 설산에서 셀프 웨딩 스냅을 촬영을 해보려고
필름카메라와 아내의 후지를 가져갔는데, 결국 필름은
무거운 짐만 되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ㅎㅎ
정상에 거의 다 도착해갈 때 쯤 사진을 찍기 괜찮은 장소가 있어서
아내와 자리를 잡고 찍었는데, 결국 웨딩 스냅으로 사용하지는 못하고
우리의 추억으로만 자리잡았다.첫 신혼 집에서 찍어둔 사진.
둘다 가볍게 반주를 하는 걸 좋아해서 집에는 늘 와인과 위스키가 있었다.
물론 맥주와 소주도 있었고.
퇴근 후 집에 와서 아내가 만든 맛있는 요리와 술을 한 잔 곁들이는게
우리의 낙이었다.
술에 관련된 스토리는 참 많은데
나의 이야기 중 하나는 아내와 만난지 100일을 하루 앞둔 99일 째.
성수형과 박눈이 누나를 초대해서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누나를 빼고 형과 나는 아주 만취한 상태였다.
근데 왠걸 형이 우리집 러그에...코스트코피자를..
그걸 치우겠다고 모두가 움직이다가 내가 아끼는 다육이가 반쯤 죽기 직전이 되었다.
정말 화가 나서인지 눈물이 나올걸 참다가 아내에게, 그러니까 그 당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도와줄 수 있어..?'
내가 러그를 살리겠다며 그 지저분한 러그를 세탁방으로 가져와서
세탁을 돌리려고 했고, 아내가 헐레벌떡 와서 모든 뒤처리를 다 해줬다.
정작 나는 화장실이 급하다며 버려두고 근처 식당으로 갔다.
상황이 종료되고, 취한 나와 러그를 가지고 우리집으로 와서
아내가 모두 치워줬다.
아직도 미안하고 고마운 치욕스러운 기억이다.아내의 일화 중 하나는
집 근처에 있는 쭈꾸미를 파는 가게에서 막걸리가 무한리필인 곳이 있었는데
언젠가 한 번 대차게 방문해서 막걸리를 주구장창 마시고 집에 간 적이 었었다.
그리고 시작된 아내의 인생의 마지막 술병.
진짜 대학병원에 데려갈 뻔 했다.
내가 만취해서 숙취에 쩌들면 저런 모습일까 싶은 거울치료도 당했다.
내가 늘 미안 여보 ㅎㅎ..셀프 웨딩 스냅을 촬영하기 위해 아내와 제주도에 방문했을 때 찍은 유채꽃.
많은걸 준비해서 방문했다.
유채꽃은 사실 계획에 없었는데, 모든갈 계획하고 보니 유채꽃이 많이 피었길래
첫 날은 즐기자! 하며 많이도 돌아다녔다.커피템플.
커피가 정말로 맛있는 카페이다.
특히 그,,무슨 슈퍼 에스프레소 인데 텍스쳐가 굉장히 부드럽고 슈르륵 넘어간다.
지금 생각해도 또 먹고싶은 곳이다.
이 때 스투시 후드를 커플룩으로 입은 분들을 봤었는데
'우리도 추워지면 하나씩 하자!' 라고 했었다.
'옷이 왜 그렇게 비싸야하지?' 라는 생각을 하는 나는 결국 마련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하나씩 할까?제주도는 제주도가 맞는 듯 하다.
무슨소리냐고?
그냥 보면 제주도는 제주도 같다.
그래서인지 음식이 비싸도, 숙소가 비싸도 꼭 한번쯤은 생각나는게 제주도이다.
요즘에는 '제주도를 가느니 일본을 간다!' 라는 말들이 많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어느정도 동의하기는 한다.
그렇지만 제주도를 대신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첫날을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다음날 있을 셀프 웨딩스냅이 힘들 것들은 생각도 하지못하고
제주도에 푹 빠져, 즐기고 있었다.첫 날 제주도는 저물어가고 있었고
조금 더 우리가 되어가고 있었다.'Chick Hobby > Film Ser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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